"연구원님 진짜 잘 적응하고 있는 거 같아요"
퇴근 길에 동갑내기 동료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고작 일주일 지났는데 이상할 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은 지금, 스스로가 대견할 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봐도 잘 지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걸 보면 객관적으로도 첫 스타트는 괜찮은 듯 하다. 한참 선배들과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수 있고, 사수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물론, 사수가 좋은 분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명함도 신청하고, 차량등록과 피복을 신청하고, 안내센터에 전화해 프린터도 설치했다. 입사하자마자 바로 업무에 투입되지 않을 걸 예상하기도 했고, 생각보다 입사가 늦어져 지금 당장 새로운 걸 시작하긴 어려운 시점이지만, 내년을 생각하며 진행 중인 일의 흐름을 읽고 말 그대로 온보딩할 수 있는 환경과 마음을 세팅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걸 혼자서 해야했던 전 직장의 시스템이 지금 와보니 참 도움이 많이 된다. 역시,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너무 재밌지 않니?"
"네, 너무 재밌어요. 제가 예전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예요"
"그래서 너 뽑을 때 까지 기다렸어"
솔직히 말해 엄청난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게 만족스럽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7시에 셔틀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새벽 같이 일찍 일어나야하지만 출근하는 길이 매일 설렌다. 오늘 역시 선배이자 사수인 책임연구원님과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이 나서 한참을 떠들다 보니 내 마음을 읽었는지 너무 재밌지 않냐고 선배가 물었다. 그 대답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업무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이건 사실이니까.
친구처럼 지내던 동료들은 없어 가끔 외롭기도 하지만 배울게 넘쳐나는 선배들이 주변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도 지낼만 하다. 아직 이직 허니문 기간이라 콩깍지가 씌인 것일 수도 있지만 매일 감사하는 마음과 배우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매일이 행복한 내가 되겠지. 30년을 살면서 한번도 발 디딘 적 없었던 곳에 정착한다는 게 막막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기회를 막는 건 결국 내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일단 해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