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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기

03. 속초 도착 380km 고행운전 짐과 이동을 고려해 운전을 해서 속초에 가기로 했다. 출퇴근으로 매일 70km 정도 왕복한 기간과 경력(?)이 있으니 380km 쯤이야 거뜬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한참을 운전한 것 같아 내비게이션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경주. 아직 경상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되고 망했다는 탄식이 나왔다. 속초는 정말, 정말 먼 곳이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심심함과 적막함. 플레이리스트를 바꿔 보고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흥은 이미 깨진 지 오래였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적막감을 깨보려 시도했으나 지금은 평일 오후, 나빼고는 다 일하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운전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고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은 일찌감치 접고 조수석 너머로 보이는 ‘순댓국’ 간.. 더보기
02. 속초를 가야하는 이유 왜 하필 속초야? 속초에서 한 달살이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왜 속초냐고 물었다. 사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부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했고 속초와 관련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완벽한 이방인이 되기 최고였다고 생각했을까?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진 '어쩌다 속초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은 생각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 드라마 슬의생(슬기로운 의사생활). 내 최애 캐릭터이자 여자 주인공인 채송화 선생님이 속초로 내려간다. 쉬고 싶어서. 그 곳에 도착해 숙소에서 속초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 편안해 보였다. 그래서 나 역시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선 속초로 가야 한다고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속초는 한 달 살이를 위한 완벽한 도시 속초에 대해 조사하며 도착하기 전부터 속.. 더보기
01. 퇴사 후 속초에서 한 달 살기 어쩌다 보니 졸업하자마자 운 좋게 취업이 되었다. 제대로 된 휴학도 못해보고 20대 젊음을 오롯이 학업과 직장생활에 바쳤다. 마의 구간 6년 차가 되니 회사생활에 스멀스멀 권태감을 느꼈고 변화에 목말랐다. 그러던 참에 너무나 원하던 직무의 경력직 공고를 발견했고, 지원했고, 합격했다. 우와! 나도 이직이라는 걸, 퇴사라는 걸 하는구나! 퇴사와 이직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하고 있던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조직에 대한 염증과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으로 마음이 닳기도 했다. 휴식이 하고 싶은게(want) 아니라 정말 고팠다.(need) 기도를 들어주신 건지 정말 감사하게도 입사일과 퇴사일 한 달의 공백기가 생겼다. 32살의 방학이라니. 여름방학을 맞이한 .. 더보기
떠날 준비 속초 한 달살이가 끝나간다. 아쉬운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아니면 정을 떼라는 신의 계시인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분명 속초에 올 땐 여름이었는데 떠나려니 겨울이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질 걸 생각지 않았기에 여름~초가을 옷만 준비해왔다가 강원도의 매서운 바람에 굴복하고 급하게 옷을 몇 벌 샀다. 강원도의 겨울은 부산과 차원이 다르다는 걸 온 몸으로 체감 중인 지금, 오늘도 역시 비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분명히 쉬려고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하듯 일기를 쓰고 영상편집하는 나를 발견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모든 걸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온전히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만 고민했다. (물론 중간중간 기록은 해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삼 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을 고민했다. 해먹을까? 사먹을까? 거를까? 건강해.. 더보기
한 달살기 중간정산 (일) 혼자 속초에 산 지 보름이 지났다. 무엇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좋고 언제 어디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걸으며 커피를 마시며 혹은 먼 거리를 운전하면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이전 고민과 많이 다르다.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했구나 싶기도 하고 소중했던 추억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퇴사를 하고 2주간 속초에서 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본다. 1. 청소 한 달 머물고 있는 숙소가 그리 넓지 않아 공간분리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조금만 더러워도 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카락은 많이 빠지는 건지 발 바닥에 밟히는 느낌이 싫어 돌돌이를 들고다니며 먼지를 치운다. 매일 쓸고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2. 씻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하는 일이 침대.. 더보기
쉼의 시작 2021년 9월 4주 쉼의 시작 1. 퇴사 이후가 바로 추석 연휴. 완전한 휴식을 알리고 있었다. 퇴사 선물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동생에게도ㅎㅎ. 앞으로 멀리 떨어져 지낼 생각을 하니 애틋한 마음이 생겨난다. (역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건가..) 2. 외가댁 산소에 가는 김에 복순도가에도 가고 언양시장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카와 함께 하는 첫 명절이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3. 생탁만 고집하던 아빠가 복순도가에 눈을 떴다. 막걸리 시음을 맛깔나게 하는 아빠를 보며 재밌으면서도 짠했다. 나이가 드시면서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익숙지 않으시니 힘든 걸 굳이 고집하실 때가 많다. 나는 가끔 그런 게 못마땅할 때가 있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지고 있는데 더 많은 걸 경험하셨으면 좋겠다. 고생도 그만.. 더보기
[속초] 감자옹심이 맛집 '감나무집' 원조감나무집 📍 강원 속초시 중앙시장로 110-8 ⏱ 10:00~20:00 (화요일 휴무) 대학교 다닐 적에 강원도 여행했을 때 처음 감자옹심이를 접했다. 그 때 분명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었는데 맛이 영...😭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고 감자옹심이는 영영 잊고 지냈다. 속초 여행을 한 지 이틀차에 비가 내렸다. 뭔가 뜨끈뜨끈한 게 먹고 싶었다. 그러다 생각난게 감자옹심이. 10여년이 지났으니 다시한번 도전해봐도 될 즉 싶어 속초중앙시장으로 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만석이었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아주 깔끔하게 다 비웠다. 고추와 들깨가루를 넣으니 풍미가 한 층 더해졌고 경상도에서만 오래 살아서 간이 심심할 수 있지만 깍두기와 김치랑 함께 곁들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 더보기
[속초/영랑] 자연에서 요가하는 경험 '산요가' 속초 ‘산요가’ 심신의 정화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바로 영랑호를 마주보고 있는 ‘산요가(san yoga)’에 등록하는 것이었다. 5시간의 운전으로 온몸이 힘들었지만 30일, 하루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았다. 건물 자체가 일반 대도시에서 보는 요가(학)원과 차원이 다르다. . 2분만에 상담을 끝내고 등록을 마쳤다. 등록한 김에 바로 수련을 예약했다. 시간이 남아 혼자 조용히 영랑호를 걸었다.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서 걷는 내내 풀벌레 소리만 들렸다. 호수를 바라보며 요가를 하는 경험은 '정화’ 그 자체였다. 눈, 코, 귀 모든 감각이 다 자연과 맞닿아있었다. ‘속초에 오길 잘했다, 요가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꼼꼼하게 지도해주시고. 그 동안의 요가가 운동이었다면 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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