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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진지한 일기

떠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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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한 달살이가 끝나간다.
아쉬운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아니면 정을 떼라는 신의 계시인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분명 속초에 올 땐 여름이었는데 떠나려니 겨울이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질 걸 생각지 않았기에 여름~초가을 옷만 준비해왔다가 강원도의 매서운 바람에 굴복하고 급하게 옷을 몇 벌 샀다.
강원도의 겨울은 부산과 차원이 다르다는 걸 온 몸으로 체감 중인 지금, 오늘도 역시 비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분명히 쉬려고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하듯 일기를 쓰고 영상편집하는 나를 발견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모든 걸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온전히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만 고민했다. (물론 중간중간 기록은 해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삼 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을 고민했다. 해먹을까? 사먹을까? 거를까?
건강해지고 싶어 아침마다 요가원을 갔고, 될 수 있으면 걸었다. 물론 너무 잘 먹어서 살은 안빠졌다...ㅎ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 껏 읽었고, 등산을 했다. 덕분에 사유*하는 한 달을 보냈다.

*사유란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무서운 기세로 들이대는 검은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올해 초 사주봤던게 생각이 난다.
“올해는 지은씨가 생각하는 대로 되는게 거의 없을 거예요. 본인에게 주도권이 없어요. 일도, 연애도,인간관계도”
그 상담사 말처럼 올해가 시작될 때까지만해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가을을 보내고 있다.
9월엔 첫 직장을 그만두었고, 10월은 생전처음 온 도시에서 한 달살이를 하고, 11월은 새로운 곳으로 이직한다. 내가 주도했지만 사실 계획한 적 없던 일, 그러고 보면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거 맞다.

부산과 비슷해 정이 많이 들었던 도시 속초, 내비를 찍지 않아도 대충 어디인지 감이 오려니 이젠 진짜 가야한다. 타고난 이별고자인데 요가원 앞의 영랑호와 숙소의 청초호가 벌써 부터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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