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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진지한 일기

2021 신축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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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나의 기록들과 사진들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니 2021년은 내 인생에서 큰 획을 그은 특별한 해다.

모든 순간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솔직히 버거웠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현실에 대한 불평불만은 계속 쌓였고 내 손에 그 어떤 주도권과 통제권은 없었다. 

생각지 않은 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나는 폭풍 속의 바다 위의 배처럼 이리저리 휩쓸렸다.

불안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도통 몰랐던 나는 떠오르는 대로 행동했던 것 같다. 

 

지금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위해 토플 시험도 쳐보고, 직무에 맞지도 않은 곳으로 이직 원서를 넣었다. 
지금의 내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무리한 식단과 몇 백만원의 PT를 받으며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폭식을 했다.
지금처럼 살면 안된다고 생각해 갑자기 관계를 끊기도 하고, 전화번호 목록과 기록들을 다 정리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해 사주를 봤고(심지어 공부도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신점을 보고 상담을 받기도 했다.
32년을 살면서 가장 즉흥적이었고 충동적으로 살았던 해가 올해가 아닐까. 계획없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싶어 배운 명리학과 성격검사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명리학적으로 그리고 객관적 검사 결과에서 바라보는 나는 내가 인지하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피에로 같은 모습으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잘 맞춰주고, 인정받으려 뭐든 열심히 하고, 힘들고 아픈 상황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웃고 있는, 지금 돌이켜 보니 왜 그렇게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고 싶었을까? 

나의 이런 모습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지만 마음속에 있는 슬픔은 그럼 누가 위로해주냐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힘들거나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 상황을 더 웃기게 만들거나 모르는 채 한다는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스스로가 너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아니 정확하게 다른 사람 눈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그래,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을 때면 비참하고 외로웠다. 그게 내가 아끼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나는 친절하게 대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무례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게 힘들었다. 내 하루가 내 기분이 갉아먹는 기분이 싫었으니까. 나는 100% 솔직하고 싶었지만 나의 솔직함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될까 봐, 혹은 상대가 상처 받을까 봐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꼭 삼켜야 했다. 

사실 올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마음이 불편한 상황들의 반복, 감정 소모,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에 나는 늘 돌파구를 찾아 헤맸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면서 답답한 마음에 무턱대고 뛰쳐나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스스로 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다행인 것은 닥치는 대했던 선택의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머물러 있었겠지만,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시도한 덕분에 살도 많이 빠졌고, 좋은 조건으로 이직도 성공했고, 바라던 바대로 독립도 하게 되었다.  

2021년, 수 십 개의 칼이 나를 도려내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른 한 해였지만, 그러한 고통은 삐죽삐죽 모난 부분과 더 커지기 전에 정리해야하는 가지치기를 위해서 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건강하고, 더 나답게 잘 자라는 일만 남았다. 이제부터는 타인보다는 내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솔직하고, 관대해져야지. 격동의 한 해를 보내며 여기까지 온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올해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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