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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03. 속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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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km 고행운전

짐과 이동을 고려해 운전을 해서 속초에 가기로 했다. 출퇴근으로 매일 70km 정도 왕복한 기간과 경력(?)이 있으니 380km 쯤이야 거뜬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한참을 운전한 것 같아 내비게이션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경주. 아직 경상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되고 망했다는 탄식이 나왔다. 속초는 정말, 정말 먼 곳이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심심함과 적막함. 플레이리스트를 바꿔 보고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흥은 이미 깨진 지 오래였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며 적막감을 깨보려 시도했으나 지금은 평일 오후, 나빼고는 다 일하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운전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고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은 일찌감치 접고 조수석 너머로 보이는 ‘순댓국’ 간판을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차를 세웠다. (어쩌면 본능적으로 면이나 빵 따위로는 앞으로의 고행길을 가기엔 무리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속초까지

경주-포항-영덕-울진... 끝없을 것 같은 경상북도를 지나 ‘강원도’라는 표지판을 보는 순간 얼마나 울컥했는지. 10시 반에 출발해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16시 였다. 말 그대로 반나절을 꼬박 운전만한 끝에 겨우 속초에 도착했다. 트렁크에서 한 달치의 짐을 꺼내 숙소의 문을 여는 순간, 뒤죽박죽 짊어멘 짐 가방처럼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어쨌든 이 멀리까지 왔구나, 혼자 해냈구나!라는 생각 가슴이 벅찼다. 창문 밖, 청초호도 하늘도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청량한 청초호

 

요가원에 등록하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한 일은 장보기도 아닌 바로 요가원 등록이다. 단기간 여행과 달리 한 달 살기는 여행이면서도 일상이기에 속초에서만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미리 검색해서 알아본 속초 영랑호 근처 요가원으로 곧장 향했다. 상담한 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등록하겠다고 하니 원장님께서 이렇게 속전속결로 등록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웃으셨다. 온 김에 첫 수련도 예약했다. 5시간 운전한 이후라 뻐쩍지근한 몸이 아우성치고 있었으니까. 

영랑호가 보이는 요가원 산요가

 

와인

무사히 첫 요가 수업이 끝나고 숙소 3분 거리의 대형 마트에서 마감 세일하고 있는 생연어와 물, 라면 등 먹을 걸 사다가 주류 코너에 멈춰 섰다. 분명 속초에서 술을 안 먹으리라 다짐했건만 ‘첫날이니까 괜찮잖아?’ 하고 와인 한 병을 카트에 실었다. 이때는 몰랐다. 내가 한 달살이 내도록 와인을 마시게 될 줄은 (그리고 여행비용의 상당부분을 와인에 지출하게 될 줄은) 

모스카토 와인과 함께한 첫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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