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속초에 산 지 보름이 지났다. 무엇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좋고 언제 어디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걸으며 커피를 마시며 혹은 먼 거리를 운전하면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이전 고민과 많이 다르다.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했구나 싶기도 하고 소중했던 추억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퇴사를 하고 2주간 속초에서 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짚어 본다.
1. 청소
한 달 머물고 있는 숙소가 그리 넓지 않아 공간분리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조금만 더러워도 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카락은 많이 빠지는 건지 발 바닥에 밟히는 느낌이 싫어 돌돌이를 들고다니며 먼지를 치운다. 매일 쓸고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2. 씻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하는 일이 침대에 드러눕기. 정말 씻기 귀찮은 날이 많았다.
여행 오기전에 만든 비누공방에서 받은 비누와 선물받은 바디바 덕분인지 매일 같이 열심히 씻는다.
3. 화장 안하기
만나는 사람도 없고 마스크를 매일 쓰다보니 화장할 필요를 전혀 못 느낀다.
기껏해야 아주 가~~끔 비비크림 바르는 정도? 눈썹정리도 안해서 엉망이지만 뭐 그럼 어때.
요즘 거울을 보면 인공적인 것 하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내 모습을 만난다. 그래서 놀란다.
4. 요가하기
아직 단 한번도 새벽 6:00 타임의 요가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도 안 빠지고 요가 수업을 들었다.
오기전 부터 담이 걸려서 왼쪽으로 돌아가지 않던 목이 이제는 돌아간다. 그리고 많이 유연해졌다.
요가는 운동이라기 보다는 명상과 수련에 가까운데 특히 사바사나 동작(일명 시체자세)을 수련하며 숙면하고 있다. 자기 전 생각은 아무의미 없다는 걸 이제는 깨달은 걸까.
5. 와인마시기
밤이 되면 오롯이 혼자의 시간이 된다. 반짝이는 청초호와 설악대교를 바라보며 감성에 젖을 때 와인 한잔을 마시면 (물론 한 잔으로 끝나지 않아서 문제지만) 나를 둘러싼 공간의 공기가 바뀌는 듯하다.
중앙시장 근처에 와인샵을 발견해 음식과 어울리는 추천받고 새로운 와인을 경험하는게 즐겁다.
프랑스 사람이 미국 사람 보다 수명이 긴 이유가 와인이라는 데 건강에 좋은 영향 뿐만 아니라 정신적 즐거움 때문일지도?

6. 책 읽기
문우당서림에서 산 책과 설악산책 덕분에 책을 많이 읽는다. 사실 많이 읽는다기 보단 곁에 둔다.
심심하면 손을 뻗어 읽을 수 있는 거리에 책이 있어서 또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남은 2주는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강원도 명산을 타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