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장자를 이야기하다
📖 강신주의 장자수업은 철학자 강신주가 장자의 사상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책이다. 강신주는 기존의 해설서처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장자의 사상을 우리의 삶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그는 장자의 철학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우리가 가진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다. 강신주는 “철학은 곧 삶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장자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직접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자는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을까?
장자(莊子)는 누구인가?
🌿 장자(기원전 369~286년)는 중국 전국시대 도가(道家) 사상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노자(老子)의 사상을 계승하고 확장했다. 그의 철학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을 강조하며, 기존의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가치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장자의 사상에서 중요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 소요유(逍遙遊):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
- 무위자연(無爲自然): 인위적으로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
- 제물론(齊物論): 모든 것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존재하며,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없다는 것.
- 호접몽(胡蝶夢): 현실과 꿈, 주체와 타자에 대한 철학적 질문.
제자백가와 주요 사상
장자가 활동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는 다양한 사상이 충돌하며 발전하던 시기였다. 이때 여러 철학 학파가 등장했는데, 이를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한다.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주요 철학 사조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은데 장자는 제자백가 속에서도 특히 유가와 법가의 엄격한 가치관을 비판하며, 도가적인 자유로운 삶의 태도를 강조했다.
📌[참고] 제자백가의 주요 사상
1️⃣ 유가(儒家) – 공자(孔子)의 가르침
- 윤리와 도덕, 예(禮)를 중시하며 인간의 도리를 강조.
- 장자는 유가의 형식적인 도덕주의를 비판하며, 인간이 자연스럽게 존재할 때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았다.
2️⃣ 법가(法家) – 한비자(韓非子)의 실용주의
- 엄격한 법과 권력 중심의 정치 철학.
- 장자는 법가의 강압적인 질서를 거부하고, 억지로 통제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3️⃣ 묵가(墨家) – 묵자(墨子)의 평등사상
- 사랑(兼愛)과 절약을 강조하며 전쟁을 반대.
- 장자는 묵가의 집단적 도덕관념을 경직된 사고로 보며, 개인의 자유를 더 중시했다.
4️⃣ 도가(道家) – 노자(老子)와 장자
- 자연의 도(道)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가장 조화로운 삶.
- 인위적인 질서보다 무위(無爲)를 통한 자연스러움을 강조.
쓸모없는 삶의 가치, 그리고 진정한 자유
쓸모있는 나무는 도끼날에 베이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쓸모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사회에 나가서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이 되는 것. 마치 그것이 인간이 존재하는 목적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강신주의 장자수업을 읽으며, 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생각이 사실은 인간을 가축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장자는 말한다. “쓸모있는 나무는 도끼날에 베이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런 노력 자체가 우리를 더 쉽게 소모되는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요유(逍遙遊),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逍遙遊)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으며, 언제든 머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자유로운 존재의 방식, 억지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장자는 붕새는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가는 붕새(鵬)의 일화를 소개하며 진정한 자유로움에 대해 논하는데, 붕새는 더 나은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그렇게 날아가는 것이다. 붕새(鵬)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가든, 참새가 낮게 날아가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곧 자유다.
“너는 어디든 떠날 수 있고, 어디든 머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느냐?” 장자가 던졌던 이 질문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마음을 비우는 이유는 타자를 놀라게 하거나 쫓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자와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사랑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서 자유가 구체화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우리 자신이나 상대방의 자유를 긍정합니다. 사랑하는 대상 곁에 있을 수 없을 때 우리는 부자유를 느낍니다. 반대로 사랑하는 대상이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나 혹은 내가 무서워서 내 곁에 있는 것을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사랑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대방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내 곁에 있는 것이니까요.
내가 나로 가장 강렬하게 서는 순간이 타자를 발견하는 때입니다. 특히 그 타자가 낯설고 나를 당혹시킬수록 나를 더 강렬하게 자각할 겁니다.
연애는 하면 할수록 힘들고, 산은 타면 탈수록 힘들고, 악기는 연주하면 할수록 힘들고, 탱고는 추면 출수록 힘든 법입니다
무용과 유용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더 근사한 문맥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우리가 진실이라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일 수 있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실제 추한 것일 수 있고, 좋다고 믿었던 행동이 사실 가장 해로운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을 장자는 매력적으로 보여줍니다
타자를 사랑한다면 타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합니다.
쓸모가 사실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쓸모없음이 오히려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는 역설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장자의 사유는 두 부류에게 환영받았습니다. 바로 생존과 경쟁의 논리에 의구심을 품었던 지적인 사람들, 그리고 패배했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힌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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