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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일상생활/진지한 일기

by 배디 2021. 8. 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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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바람인지 산발적으로 퍼져있던 나의 기록과 기억들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외장하드를 비롯해 아이클라우드, 구글드라이브, 다양한 기록용 어플들에서 온갖 기억의 파편들을 한 데 모아보니그 양이 어마무시했다. 

중요하다고 몇 년씩이나 보관했던 것들은 기억조차 나질 않을 만큼 무의미한 것들이었고, 그걸 알면서 삭제를 못하는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몇 년 지나서 다시 보면 소중하지 않을까?' 머뭇거리다보니 이 놈의 정리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접속을 못했던 계정에 극적으로 로그인을 했다. (설마했던 비밀번호가 늘 쓰던 비밀번호여서 황당했지만). 드디어 접속했다는 기쁨도 잠시, 몇 개월 전 기록들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 때의 나는 진짜 이상한 사람이었다. 자기 객관화가 되질 않아 몰랐던 것일 뿐이었다. 읽는 내내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로그아웃을 눌렀다. Shift+Delete을 하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지금 나는 환절기를 겪고 있다. 단지 계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주변 온도와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고, 배움으로 인한 성장인지 아니면 아픔으로 인한 성숙인지 모르겠지만 심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다. 

환절기엔 아프지 않게 조심해야하지만 과감하게 버릴건 버려야한다. 번데기가 껍데기를 찢고 나오지 않으면 그 안에서 영원히 썩어죽어버리는 것처럼. 환절기의 아픔은 잠깐이겠지만, 그 결과는 찬란할 것이라 믿는다. 훌훌 털고 날아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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