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일기/진지한 일기

미국🇺🇸어쩌다 보니 여기. 올해 6월은 어떻게 지나간걸까.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신차려보니 미국이다. 출장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수하물이 오버되서 우왕좌왕하다가 여권도 잃어버리고 시작부터 난리부르스였다. 미국입국할 때도 하필이면 깐깐한 심사관에게 걸려서 보안실로 끌려가기도 하고 별의별일을 다 겪었다. 말 그대로 초 intensive한 일주일 워크샵을 마치고 주말엔 보스턴에 다녀왔다. 거대한 자본냄새를 풍기는 빌딩, 세계적 브레인을 상징하는 하버드와 MIT, 3대 미술관인 mfa보스턴을 꼉하니 세상은 참 크고 여전히 나는 배울게 많은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2010년 딱 12년 전에 미국에 혼자 왔었다. 새벽에 미주리 공항에 떨어져서 짐을 잃어버려서 패닉이었던게 기억이 난다. 겨우 도착한 호텔은 실수로.. 더보기
메모의 흔적 무심코 들어간 아이폰의 메모 어플. 대단한 기록의 목적이 아니라 그때 그때 스치는 생각을 잡기 위해 적어둔 메모들이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그 당시의 내가 너무 낯설다. 어리숙했지만 잘해보고 싶었던 몇 년전의 나. 수 많은 생각에 사로잡혔던 그 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다 괜찮아 지니 걱정마'라고 꼭 한 번 안아주고 싶다. 더보기
시절인연 십 년이 넘도록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다. 올해 몇 번이고 연락을 했는데 답장이 없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아픈 것도 아니었고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를 피한 것일 뿐. 눈치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 친구의 인간관계가 언제 형성되고 끊기는 걸 곁에서 봐왔기에 뜨뜻미지근해지는 연락과 답장은 우정의 위기라는 걸 사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는 게 바빠서, 서로 사정이 있으니까 언젠가는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이 났다. 오랜만에 온 답장엔 더이상 나를 예전처럼 대할 수 없고 앞으로 답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담겨있었고 '역시 그렇구나' 하고 담담하게 이별의 답장을 보냈다. 지금 보다 어렸던 지난 날, 꿈과 고민을 나눌 때.. 더보기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 생각지도 않게 서울에서 살게 된 요즘, 서른이 넘어 뒤늦은 자취와 독립을 하며 여러 느끼는 바가 아주 많다. 이토록 세상물정을 모르고 순수, 아니 순진하게 살았었나 탄식하기도 했고, 어마어마한 서울의 집값에 혀를 내두른 적도 많다. 첫 술에 배부르냐라는 말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내 집을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와의 거리였는데, 그러다보니 강남 한복판에 살게 되었다. 연식이 오래된 집에서 살게 되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덕분에 내가 무엇에 예민한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 뚜렷해졌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정도 월세에 반지하도 아닌 최고의 위치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좋아하는 물건을 가득 담아 꾸민 나의 첫 서울의 집. 영원히 머물지 않을 것이기에 훗날.. 더보기
그저 그런 날 1. 아직도 정리할 게 산더미다. 숨만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물건에 많이 의지하는 삶이다. 쓸고 닦고 정리하는 시간으로도 하루가 벅찬 요즘,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떨친다. 2. 얼마 전 곧 퇴사한다는 전 직장 동료와 뜨거운 안녕도 했다. 쉴 새 없이 울리던 동료들과의 단톡방도 이젠 조금씩 조용해지는 게 느껴진다. 모든 게 시절인연이라는데, 이 모든 변화가 슬프지 않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하고 희미해지기 마련이니까. 3. 이상하게 세탁기 탈수소리를 듣고 있으면 애틋하고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무수한 진동이 잊고 있던 추억에 돌멩이를 던진 듯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애틋하고 씁쓸하다' 이 단어의 의미의미를 고스란히 느꼈던 추억이 있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더보기
Worst day ever 요근래 언니가 아파서 응급실에 간 적 많았다. 담석증이 원인이었다. 수술이 필수라고 진단이 떨어져 설 연휴 끝날 즈음에 수술날짜를 잡았다. 조카의 구개열 수술이 2월 중순에 잡혀 그 전에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언니가 입원한 오늘, 친정식구 모두가 합심해 공동육아를 하기로 했지만 2월 부터 새 직장에 들어가게된 동생, 언니 수술의 보호자로 입원하게 된 엄마, 일정을 뺄 수 없는 형부, 육아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아빠를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내가 어쩌다 육아전담자가 되었다. 하루종일 잘 놀고 내 침대에서 새근새근 잘 자던 조카가 갑자기 새벽에 깨더니 미친듯이 울부짖는다. 한 시간을 꼬박 울어재꼈을까 진정이 안되던 조카 이 놈은 결국 외할머니 품속에서 겨우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 .. 더보기
2021 신축년을 보내며 올해의 나의 기록들과 사진들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니 2021년은 내 인생에서 큰 획을 그은 특별한 해다. 모든 순간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솔직히 버거웠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현실에 대한 불평불만은 계속 쌓였고 내 손에 그 어떤 주도권과 통제권은 없었다. 생각지 않은 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나는 폭풍 속의 바다 위의 배처럼 이리저리 휩쓸렸다. 불안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도통 몰랐던 나는 떠오르는 대로 행동했던 것 같다. 지금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위해 토플 시험도 쳐보고, 직무에 맞지도 않은 곳으로 이직 원서를 넣었다. 지금의 내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무리한 식단과 몇 백만원의 PT를 받으며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폭식을 했다. 지금처럼 살면 안된다고 생각.. 더보기
떠날 준비 속초 한 달살이가 끝나간다. 아쉬운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아니면 정을 떼라는 신의 계시인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분명 속초에 올 땐 여름이었는데 떠나려니 겨울이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질 걸 생각지 않았기에 여름~초가을 옷만 준비해왔다가 강원도의 매서운 바람에 굴복하고 급하게 옷을 몇 벌 샀다. 강원도의 겨울은 부산과 차원이 다르다는 걸 온 몸으로 체감 중인 지금, 오늘도 역시 비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분명히 쉬려고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하듯 일기를 쓰고 영상편집하는 나를 발견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모든 걸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온전히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만 고민했다. (물론 중간중간 기록은 해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삼 시세끼를 챙겨먹는 것을 고민했다. 해먹을까? 사먹을까? 거를까? 건강해.. 더보기

반응형